이채원 사장을 몰아내자! 불교방송은 불자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불자에 의한 불자를 위한 불자들의 방송을 우리는 불교방송이라 정의한다!

불교방송 진행자 스님들과 불자들이 3월 21일 오후 2시 불교방송이 입주해 있는 마포 다보빌딩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여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칼바람으로 일컬어지는 마포 강바람을 맞으며 쌀쌀한 꽃샘추위 속에 열린 ‘불교방송 정체성 회복을 위한 기원대법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500여 불자들(주최측 추산)은 이채원 사장의 참회와 퇴진을 한 목소리로 강하게 요구했다.

퇴진 요구의 주된 이유는 “삼보를 공경하지 않고, 오히려 승보를 모독했다는” 것이었다. 불교방송 사장을 불교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스님들 전원(7인)이 불자들과 함께 거리법회를 열며 물러나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한 것은 불교방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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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진행자 스님들과 불자 등 5백여 대중들은 21일 마포 불교방송 앞 거리에서 법회를 열고 불교방송 정상화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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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법회에 동참한 불자들은 이채원 사퇴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스님들의 연설에 환호를 보냈다.


이날 법회에서는 방송진행자 스님들이 직접 연사로 나서 불교방송 파행에 대한 강한 우려와 함께 불교방송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현 사장과 사장을 보좌하는 몇몇 간부들에게 자중할 것을 당부했다.

제일 먼저 발언에 나선 스님은 '행복한 미소' 진행자 성전 스님이었다. 성전 스님은 “불자면 ‘불자다’, 아니면 ‘아니다’ 왜 말을 못하는가?”라고 물으면서 “살아가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영혼을 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교방송 사장은 불교 신행과 정서가 몸에 배어 있는 불자여야 한다. 정체성을 의심 받는 사람(이채원 사장)을 묵인하면 다른 종교 가진 사람도 불교방송 사장으로 곧 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전 스님은 또 “불교방송 이사회는 앞으로 사장을 선임할 때 그가 불자인지, 얼마나 신행활동을 했는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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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성전 스님이 불자인지 정체성에 의문이 가는 사람을 묵인하면 앞으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불교방송 사장으로 오게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 주석 스님이 나섰다. 스님은 불교방송 정상화를 위한 프로그램 진행자 스님들을 불교방송 일각과 일부언론에서 불교방소 이사장 영담 스님에 줄을 선 스님들로 매도하는 데 대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나는) 부드러운 사람이지만 오늘만큼은 강하게 말하겠다”고 입을 연 주석 스님은 “방송을 진행한 3년 4개월 동안 여러 사장을 거쳤다. 이채원 사장 취임 후 직원들의 얼굴에 그늘·슬픔을 보며 관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함께 슬퍼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어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참다못해 종교 정체성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지만 이채원 사장은 스님들에게 어떤 소통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7명 진행자스님들을 이사장 영담 스님에게 줄을 섰다고 했다”고 분개했다. 주석 스님은 “스님들이 줄서기를 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라며 “이채원 사장이 현명하게 처신을 하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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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스님이 불교방송 진행자스님들의 방송거부를 이사장 스님에 줄서기로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불교방송 어린이 프로그램인 ‘룸비니동산’ 진행자 자용 스님은 한 단계 더 강하게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불교방송 안팎의 일부의 시각에 대해 반박했다. “나는 이사장 영담 스님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게 '이사장 줄섰다'고? 본질을 흐리는 행동을 삼가라”고 강한 톤으로 목청을 높였다. 자용 스님은 ‘룸비니동산’을 20년 넘게 진행해 온 최장수 진행자이다.

자용 스님은 “나는 정치하는 스님들을 싫어한다. 이사장 영담 스님도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 방송국 일부와 일부 언론에서 나를 이사장스님에게 줄섰다고 매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자용 스님은 “20년 넘게 룸비니동산을 진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오는 불교방송 사장마다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은 인기가 없다’며 없애려는 것을 20년 동안 외롭게 홀로 싸우며 ‘룸비니동산’을 지켜왔다”고 토로했다. 자용 스님은 “이채원 사장처럼 직원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사장은 처음 봤다”며 “이는 이채원 사장이 불교방송 설립·운영에 들인 불자들의 원력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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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용스님은 이채원 사장이 롯데월드에서 매주 진행해온 청소년 프로그램 공개방송을 필요없다고 없앴으며, 그 프로그램은 기독교방송과 원음방송이 차지했다고 고발했다.


자용 스님은 특히 이채원 사장이 롯데월드에서 매주 진행해 온 청소년 프로그램 공개방송을 없앴다고 고발했다. 스님은 공개방송을 통해 매월 1500~2000만원 수익을 방송국에 안겨줬지만, 이채원 사장은 “불교방송은 노인들이 듣기 때문에 청소년 프로그램이 필요없다”고 판단해 공개방송을 없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용 스님은 “불교방송이 외면한 롯데월드 라디오 공개방송은 기독교방송과 원음방송이 차지했다”고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용 스님에 이어 '함께하는 자비명상' 진행자 마가 스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마가 스님은 역설적인 화법으로 불교방송 사장을 에둘러 질타했다. “불교는 잘못이 있어도 참회를 통해 거듭 태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채원 사장은 아직까지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와서 참회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말문을 연 마가 스님은 “이채원 사장은 지금이라도 불자가 맞는지 아닌지, 스님에게 스님 호칭을 쓰지 않았는지 여부를 밝히고 참회할 것이 있다면 참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가 스님은 참석한 대중들을 향해 “이채원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신 그를 위해 기도하자”고 제안해 잠시 대중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러나 스님은 “이채원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할수록 반발심 때문에 물러나지 않는다. 여러분이 불쌍히 여기고 그의 행복을 위해 바란다면 이채원 사장은 포근한 마음으로 불자들에게 불교방송을 되돌려 줄 것”이라고 설명, 박수를 받기도 했다.

‘거룩한 만남’ 진행자 지현 스님은 이채원 사장의 태도와 불교언론의 보도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스님은 이번 사태를 두고 방송 사장은 나 몰라라 뒷전에 있고, 대신 직원이 나서 사과를 하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취재를 하고 있는 교계 기자들을 향해서도 날선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이 자리를) 잘 보고, 잘 듣고, 잘 쓰라. 방송 진행자 스님들의 집단행동을 이사장 줄서기로 왜곡하지 말라”며 강하게 불편함을 드러냈다.

지현 스님은 특히 “일부에서 ‘스님들이 사장에게 인사를 못 받아서 삐쳤다’고 보더라”며 개탄한 후 “불교방송이 재미있으려면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한다는 생각에서 (직원들의 슬픔을 걷어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지현 스님은 “20년 전 불교방송이 개국할 때는 이 자리에 구름 같이 많은 군중이 운집했는데, 오늘 이런 모습이 되었다”며 “우리가 방송진행을 거부하고,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불자들의 보시로 세워진 불교방송을 불자들에게 되돌려 드리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지현 스님은 직원들을 시켜 사과를 하게 하는 이채원 사장을 향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부모·어른·리더들은 설사 잘못이 없더라도 먼저 자신의 부덕을 탓하며 아랫사람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냐”고 반문한 뒤 “오늘 법회를 시작하기 전, 불교방송 한 직원이 인사하며 ‘사장은 잘못이 없다. 잘못 모신 우리 탓’이라고 말했다. 어느 부모(사장)가 자식(직원)에게 그렇게 가르치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대구에서 불자들과 함께 상경해 법회에 참석한 혜문 스님은 댓글을 단 것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일련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채원 사장의 퇴진과 불교방송 정상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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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진행자스님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법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이어 불교방송 정체성 회복을 위한 발원문이 낭독됐다. 법회에 참석한 대중들은 불교방송 3층 법당을 향해 합장을 하고 불교방송 정상화를 기원했다. 법회 동참자들은 발원문에서 “불조의 혜명을 받들어 우리가 처한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불교방송 구성원이 서로 존중과 신뢰로써 올곧게 설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하겠다”고 발원했다.

이어 방송진행자 스님들은 4개항에 이르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승가를 모독한 이채원 사장의 참회와 사퇴 ▲사태를 방관·동조한 직원 공개 참회 ▲불교방송 이사회의 적극적인 사태해결 촉구 ▲이같은 결의가 실현될 때까지 정진할 것 등이 그것이다.

한편 법회가 열리던 중, 불교방송이 입주해 있는 다보빌딩에는 불교방송의 요청으로 경찰 2개 중대가 출동해 출입문을 봉쇄했다. 법회가 진행되는 도중 불교방송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김봉래 국장만이 참석해 스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불교방송 정체성 회복을 위한 기원대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법회가 끝난 시간에 저마다 평소 라디오를 통해 목소리로만 만나왔던 스님들을 찾아 직접 사인을 받고, 불교방송 정상화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부산경남 지역에서 전법에 앞장서고 있는 ‘전법도량’ 소속 12명의 스님에 이어 이날 청주청원 조계종 주지협의회가 이채원 사장의 해임과 방송국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불교방송 사태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주청원조계종주지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불교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불교적 형태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 하루속히 포교 정상화를 위해서 불교방송 이사회가 사장을 해임하고 근본적인 쇄신과 자정의 기틀을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주청원조계종주지협의회는 “불교방송이 방송 포교의 최 일선에서 법음을 전파하고 그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최고 책임자인 사장은 반드시 오계(五戒)를 수지하고 승가(僧伽)를 존중하는 진정한 불심(佛心)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현 불교방송 사장은 불자로서의 정체성 문제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승가에 대한 폄하 발언을 하고 이를 지적한 방송 진행자 스님들의 고언에 대해서는 참회하기 보다는 부하 간부들을 동원하여 ‘주동자를 색출’하려고 하였으며 평소 불교방송을 후원하는 스님의 인터넷 댓글을 문제 삼아 검찰 조사를 받게 하고 이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스님의 사과문’을 요구하는 등 상식이하의 비불교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