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승보공양실천 운동 전개와 관련한 <미디어붓다>의 '스님이 스님 돌보는 모습부터'라는 제목의 기사와 관련해 조계종 승려복지회 이용권 조계종승려복지회 사무국장이 기고문을 보내왔다. 승보공양실천운동의 취지와 계획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이용권 국장의 기고문을 전문 게재한다. 편집자


조계종 종단에서는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참여하려는 노력을 꾸준하게 전개해 왔다. 외형적으로는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어 복지사업을 활성화 하여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모금재단인 ‘아름다운동행’을 통해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그늘진 이웃을 위한 지원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해외 구호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단 내적으로는 최근 들어 본연의 승가정신을 회복하고 불교가 지도적인 역량을 가지고 현대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핵심 사업 중의 하나가 승려복지 사업이다. 수행과 포교에 전념해야할 종단의 주체인 스님들이 기초생활 보장도 잘 안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종단을 이루는 주춧돌이나 기둥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반증임을 인식하여 스님들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조직 대안으로 승려복지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종단 소속 스님들 노후복지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몇 차례 진행하였다. 그 때마다 가슴 아팠던 일은 노환에 시달리는 노스님들 대답이었다. 그분들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수행하다 죽는 것이 출가승의 본분인데 무슨 복지가 중한테 필요한가?’하면서 치료조차도 거부하는 경우가 있었다.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건지는 것이 본분인데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무엇을 한다는 게 안 맞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안거가 끝나고 적당한 수행처가 없어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허름한 농가에서 수행 정진하다가 열반에 든 지 한참 지나서 발견되기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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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님 요양시설을 찾아 승려복지지원금을 전달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속가에서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노부모를 나 몰라라 하지 않는 게 전통이고, 예전 같으면 그래도 공동체 안에서 노스님들을 모시는 전통이 있었지만, 이제 출가하는 스님 숫자도 점점 줄어들어, 국가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문제가 심각하고, 종단 또한 ‘저출가 고령화’ 현상이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국민을 위한 삶의 질이 보장되는 ‘충분한 복지’를 지향하지만 종단의 승려복지는 우선 시급한 최소한의 기초보장으로써 의료요양과 노후 생활보장인 수행연금, 그리고 수행주거 보장 분야로 연계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선 시혜 대상은 종단의 분한신고와 결계, 포살 등 기초 의무를 다 하고 있지만 소임이 없어서 보시를 받지 못하는 세납 65세 이상의 노스님들이다. 매월 기초생활비를 보조하는 수행연금은 내년 4월부터 지급할 예정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보건의료분야는 노스님들의 요양비와 입원치료비를 지원해드리는 내용으로, 종단에서 지정한 요양원이나 병원 입원진료 후 승려복지회에서 지급하게 된다. 수행복지시설은 교구별 실정과 특징에 맞는 계획을 통해 마련하게 된다.

현재는 소임이 없어서 고정적으로 보시를 받지 못하는 스님들의 요양원 입소요양비 본인부담금과, 입원치료비를 본인부담액의 50%만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금년 중에 지급 대상자 수요 조사를 할 예정이며, 본인들이 소속 교구를 통해 종단에 수행연금을 신청하면 기금적립액 정도에 따라서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 위원회에서 지급액을 매년 결정하여 지급하게 된다. 기초생활보장이라 해도 어림잡아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확보되어야 본격적인 보장제도로 정착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종단에서는 이 사업을 위한 특별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아울러 목적사업의 기금을 위한 수익사업으로 감로수(생수)를 시판하고 있다. 그리고 종단 소속 스님이면 누구나 유언장을 써서 소유했던 자산은 사후에 종단에 귀속되도록 조치하고 있는데 본인의 유언에 따라 승려복지 기금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사실 스님들의 기초생활보장의 근본 목적은 스님들이 안심하고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기반조성이기 때문에 그 수혜자는 결국 사부대중 모두가 되는 셈이다. 그런 취지에서 승보공양운동을 전개하게 되었으며, 승보공양실천운동은 이 시대의 출가·재가를 포괄하는 건강한 승가공동체 회복운동인 셈이다.

조계종 총무원, 포교원과 중앙신도회가 주최하는 출가 열반재일 정진기간을 선포하고, 출가재일인 3월 19일에는 승보공양을 주제로 하는 법회를 조계사를 필두로 전국사찰에서 열 계획이다. 이 법회에서 ‘범 종도 승보공양 실천운동’을 선포하고, 일주일 정진기간 실천 카드를 배부하는데, 여기에 정진기도와 승보공양 실천 내용을 기록하게 된다. 집중 정진 실천 기간이 끝나면 중앙신도회가 연중 승보공양실천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종단의 승려복지 제도가 정착되려면 앞으로 한 10년 정도 사부대중이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하리라고 본다. 특히 중앙승려복지회는 물론 각 교구별 승려복지회가 잘 구성되어서 교구별 실정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 승려복지회에서는 금년 전반기에 종단의 바람직한 승려복지 전달체계와 함께 교구별 시범 모형을 제안할 목적으로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종단 전체 스님들에게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한 포털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서 종단이 진정한 승가공동체로 거듭나고 부처님 가르침이 미래 우리 사회의 확실한 인류 행복 추구의 방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온 종도들이 승보공양실천운동에 합심 동참하기를 염원한다.

이 용 권(대한불교조계종승려복지회 사무국장)